지난 12월 6일이었나요... 일본의 배우 나카야마 미호(中山美穂)가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그 뉴스를 듣자 충격과 슬픔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역주행하면서 밀레니엄 시대가 온다고 온 세상이 떠들썩하던 2000년 어느 날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 ラブレター, Love letter )를 봤던 그 해. 나카야마 미호를 본 건 그 영화에서였습니다. 스크린에서 봤던 나카야마 미호는 정말 가슴을 설레게 했더랬습니다;; 단발머리에 커다랗고 초롱한 눈망울, 하얀 피부... 일본여자 특유의 야사시이(優しい)한 목소리와 살짝 수동적인 태도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이 부드럽고도 아늑하게도 느껴졌습니다.
영화 러브레터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눈 내린 험준한 산에서 조난 당해 죽은 사랑을 잊지 못하는 히로코. 그녀의 남자친구의 이름은 후지이 이츠키(藤井 樹). 알고 보니 히로코의 연인 후지이 이츠키와 같은 성, 같은 이름의 여자 후지이 이츠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히로코와 사귀게 된 건 바로 첫사랑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절대적인 영향(?) 때문이라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우연하게 히로코와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
사랑이란 정말 무얼까요? 러브레터의 마지막 부분의 이 대사와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잃어버린 연인이 잠들어 있는 눈 덮인 먼 산을 바라보며 소리 지르는 히로코의 연인을 향한 그리운 마음. 그때에 그녀의 표정, 목소리 그리고 춥고 쓸쓸하고 새하얀 겨울배경...
나카야마 미호와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저는 일본어를 공부할 마음이 생겼더랬습니다... 사실 언어가 어떤 장면에서 누가 어떤 단어로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인상이 확 바뀝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죠. 야쿠자가 잘 들리지도 않는 뭉개지고 거친 단어로 쓰는 일본어와 나카야마 미호가 러브레터에서 쓰는 부드럽고 예쁜 일본어는 분명 이미지가 다르죠.
나에게 일본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위로 올려주게 만든 사람이 나카야마 미호였습니다. 영화에서 그렇게 애타게 "잘 지내요?"라고 하던 그녀가 사실은 건강도 좋지 않았고,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잘 지내지 못한 건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디 먼 하늘에서는 '잘 지냈으면' 합니다.
내년 2025년 새해부터 영화 러브레터가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한다고 합니다. 그 전에 '굿즈 패키지 상영회'라는 이벤트로 미리 볼 수 있는 곳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그녀를 추억하면서 러브레터를 다시 한번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