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재료의 준비부터 시작해 굽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서 완성됩니다. 어떤 빵을 만들더라도 믹싱, 발효, 성형 등을 마치면 최종적으로 빵의 굽기라는 공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굽기는 빵 만들기라는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전 단계에서 아무리 잘했더라도 굽기에서 실패를 한다면 결코 좋은 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굽기에서도 늘 주의를 기울어야 하며 끝까지 집중력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베이킹의 마지막 단계인 굽기 - 오븐과 열의 종류 등
굽기라는 베이킹의 마지막 단계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빵 반죽을 고온에 구워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작업입니다. 빵을 구울 수 있도록 높은 온도를 발생시키는 장치는 오븐입니다. 오븐은 섭씨 200도가 넘는 고온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오븐에서 발생하는 열을 자세하게 구별해 보면 전도열, 복사열, 대류열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전도열은 우리가 보통 잡에서 요리를 할 때 쓰는 프라이팬처럼 열원에서 나온 열을 직접 대상물에 가하는 것입니다. 복사열은 열이 직접 반죽에 닿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열이 오븐 내에서 이리저리 반사된 다음에 반죽에 접촉되는 열을 말합니다. 대류열은 오븐 내에서 뜨거운 공기를 발생시켜 이를 순환시켜 반죽을 굽는 것입니다. 최근에 인기가 있는 컨벡션 오븐은 주로 이 대류열을 이용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열들은 반죽에 한 가지로 따로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의 열들이 복합적으로 반죽에 닿습니다. 오븐 속에서는 열이 발생하고 또 열을 가한다는 단순한 물리적인 작용만이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는 매우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작용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납니다. 우리가 반죽을 넣고 오븐 문을 닫고 굽기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문을 열면 마법처럼 빵이 나옵니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대표적으로 보면 반죽의 팽창, 이스트 등의 불활성화, 전분의 호화현상, 글루텐의 응고, 풍미의 발생, 갈색화 반응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작용들이 오븐 안의 열과 재료 속의 특징 등에 의해서 서로 연관되고 반응해서 마침내 빵이라는 결과로 나옵니다.
오븐스프링에서 단백질의 열 변성까지
처음에 반죽을 오븐에 넣으면 약 5분 정도까지는 오븐스프링이 일어납니다. 오븐스프링이라는 것은 오븐 안에서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반죽의 팽창현상을 말합니다. 오븐스프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스트와 효소의 활성 때문입니다. 반죽이 오븐 안에서 열을 받으면 반죽온도가 서서히 올라갑니다. 반죽온도는 전체 굽기 과정 중에 어느 때는 빠르게 올라가기도 하고 또 완만하게 상승하기도 합니다. 보통 반죽온도가 49도에 도달할 때까지는 반죽의 액체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가 오븐의 열을 흡수해 반죽온도는 완만하게 상승한다고 합니다. 그 온도가 지나면 급격히 반죽온도가 상승합니다. 이런 반죽온도의 급상승은 반죽 속 이스트와 효소를 점점 더 활성화시킵니다. 그와 동시에 활성화된 이스트의 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의 생성도 급격히 늘어납니다. 대량으로 발생된 이산화탄소에 의해 빵의 반죽은 팽창합니다. 온도가 50~65도 정도 되면 밀가루 속의 전분이 점성이 늘어납니다. 이른바 전분의 호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 온도가 다시 60~70도 정도까지 상승하면 밀가루의 글루텐이 변성을 시작합니다. 글루텐은 수분과 함께 마치 거미줄과 같은 특유의 조직을 만듭니다. 온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반죽 속 수분이 점점 없어지면 글루텐도 더 이상 거미줄 조직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글루텐 조직은 서서히 반고체 상태로 변화합니다. 이와 같은 고온에 의한 글루텐 단백질의 변성과 호화된 전분이 어우러져 빵의 속결을 만들어 냅니다.
빵 색깔과 향기의 발생 - 갈색화 반응
빵은 굽기 과정을 마치면 특유의 갈색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오븐 안에서 빵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빵의 갈색화 반응 혹은 갈변화라고 합니다. 사실 갈변화 현상은 빵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갈변화 현상을 목격합니다. 예를 들어 깎은 사과를 바로 먹지 않고 조금만 두면 사과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토스트를 먹으려 할 때도 토스트기에서 구워서 나온 빵이 살짝 갈색으로 바뀐 모습을 봅니다. 오븐 속에서의 갈색화 반응은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반응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이 두 가지의 화학반응은 효소에 의해서 일어나는 반응이 아닙니다. 그저 오븐 속에서 열에 의해서 일어나는 비효소적 화학반응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당류와 아미노산, 펩타이드, 단백질의 유리 아미노산산 등이 높은 온도에서 서로 반응하여 알데히드, 케톤 등을 만들고 또한 갈색 색소인 멜라노이딘을 만드는 현상입니다. 멜라노이딘 색소가 갈색이기 때문에 우리는 갈변화된 빵을 볼 수 있는 겁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보통 섭씨 100~150도, pH 5~7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한편, 캐러멜화 반응은 당류가 섭씨 150~200도 정도의 고온에서 열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입니다. 보통은 환원당, 비환원당으로 분리되는데 그중에서 환원당이 가열 시간에 따라 밝은 노란색에서 서서히 갈색화가 됩니다. 캐러멜화 반응은 아미노산, 단백질 등의 물질이 없어도 당류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설탕을 졸여서 만드는 달고나 등은 대표적인 캐러멜화 반응을 이용한 식품입니다. 이러한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반응은 빵에게 색깔도 부여하지만 또한 빵 특유의 매력적인 향기도 만들어줍니다. 오븐 속에서 일어나는 두 반응에 의해 빵은 비로소 색깔과 더불어 향기를 가지고 드디어 오븐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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