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macaron)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디저트입니다. 저는 2000년대 말 처음 마카롱을 봤을 때의 놀라움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마카롱의 재료는 단순합니다. 달걀흰자와 설탕, 아몬드 가루와 분당입니다. 달걀흰자와 설탕으로 머랭을 만들고 아몬드 가루와 분당으로는 속을 만듭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단순한 제조공정인데 의외로 마카롱 만들기에 실패를 많이 합니다. 애써 재료를 구해 의욕적으로 마카롱을 만들다가 망치면 기운이 쏙 하고 빠지고 맙니다. 마카롱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성공하기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포인트를 한번 짚어 보았습니다.
머랭의 단단함 정도
머랭(meringue)은 달걀흰자의 기포성을 이용해서 거품을 낸 것입니다. 머랭의 제조방법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안 머랭, 프렌치 머랭, 스위스 머랭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탈리안 머랭은 달걀흰자 거품을 내면서 동시에 온도를 118도까지 올린 설탕시럽을 넣어 주는 방식입니다. 프렌치 머랭은 뜨거운 시럽을 만들지 않고 달걀흰자와 설탕과 섞어서 바로 거품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어떤 머랭 제조방법을 선택하든 머랭을 만들 때 전동 핸드믹서나 거품기로 계속 휘저으면 거품이 생기면서 점점 단단해져 갑니다. 처음에는 큰 거품이 나지만 계속 작업을 하면 거품이 작아지면서 결국엔 촘촘하면서도 윤기가 나는 크림모양의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머랭은 마카롱의 양쪽 겉껍질, 즉 마카롱 코크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마카롱 제조에 적합한 머랭의 단단한 정도입니다. 머랭이 너무 묽어도 또한 너무 단단해도 안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거품이 아주 미세하게 생겨서 머랭이 확실하게 단단해진 정도입니다. 그 정도를 표현할 때 잘 쓰는 말은 뾰족한 뿔이 생긴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머랭이 단단해져서 거품기로 머랭을 떠올렸을 때 동물의 뿔처럼 머랭이 흘러내리지 않고 형태를 곧장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기포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아서 흐물흐물한 상태의 머랭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마카롱 제조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마카롱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겉껍질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또는 코크 안이 동굴처럼 텅 빈 마카롱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마카로나쥬
마카로나쥬라는 것은 가루 종류인 아몬드 가루와 분당에 머랭을 넣고 섞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주된 목적은 가류 종류에 머랭을 섞어서 머랭의 기포를 가라앉히고 수분을 발생시켜서 마카롱에 적합한 반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사실 이 과정이 마카롱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과장이 아닙니다. 마카로나쥬는 머랭에 가루 종류를 넣으면서 시작합니다. 가루 종류를 넣고 고무주걱으로 머랭에 전체적으로 아몬드 가루와 분당이 잘 섞이도록 합니다. 이때 요령이 조금 필요한데 너무 많이 섞는 것보다 조금 부족하게 섞는 편이 좋습니다. 가루 종류가 안 보일 정도로 섞어주면 적당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문제가 되는 볼 안의 머랭기포를 치대면서 가라앉히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죽의 머랭 기포를 부족하게 가라앉혀도 또는 너무 많이 가라앉혀도 안됩니다. 마카롱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적당한 상태의 반죽의 되기를 맞춰야 합니다. 그 되기의 정도를 아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기준은 첫째로 반죽에서 윤기가 나오는 여부입니다. 두 번째는 고무주걱으로 반죽을 떠올렸을 때 약간 끊기듯 끊기지 않고 흘러내리는 정도입니다. 만약에 흘러내리지 않고 고무주걱에 매달려 있으면 아직 반죽을 더 치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물처럼 줄줄 흘러내린다면 너무 많이 머랭의 기포를 가라앉힌 겁니다. 즉, 머랭의 기포가 거의 다 없어져서 아예 물이 된 상태입니다. 베이킹초보자라면 마카로나쥬의 정도를 알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직접 마카롱을 만들어 보면서 그 정도를 알아가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죽건조와 굽기
건조
마카로나쥬까지 끝냈다고 하더라도 몇몇 넘어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반죽의 건조와 굽기 과정입니다. 건조는 마카롱 반죽을 틀에 짜고 그대로 실온에 두어서 반죽의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기게 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주의사항이 또 발생합니다. 그건 어느 정도 말려야 하는가 하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보통은 30~60분 정도 건조하는데 사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건조시간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말은 마카롱을 제조하는 곳의 기온, 습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라면 반죽은 금방 마를 겁니다. 반대로 추운 겨울철에는 실온에 1시간이 넘게 두어도 잘 마르지 않습니다. 결국은 마카롱 반죽의 건조는 절대적인 시간의 기준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좋은 방법은 반죽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반죽을 살짝 만져보아야 합니다. 반죽을 막 만들었을 때처럼 끈적끈적하지 않고 얇은 막이 생겼다면 어느 정도 마른 겁니다. 얇은 막이 생겼을 때는 반죽이 손가락에 묻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얇은 막이 아직 생기지 않았다면 당연히 손가락에 반죽이 묻습니다.
굽기
마지막 과정으로 오븐에 마카롱 반죽을 넣을 때도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마카롱은 반죽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너무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윗면이 금방 그을릴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높은 온도에서 굽다가 조금 오븐의 온도를 낮추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약간 낮은 온도에서 구워도 괜찮습니다. 오븐에 넣으면 마카롱 반죽의 밑부분에 피에라고 하는 발처럼 생긴 부분이 생기는데 처음에 피에가 생겼다면 일단은 성공적입니다. 반죽이 얇은 만큼 너무 오래 구우면 안 되지만 또 너무 굽지 않으면 반죽이 틀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10분 정도를 기준으로 반죽의 상태를 봐가면서 조절을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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