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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 커피/제과

전분의 호화현상과 슈크림

by dantes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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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gelatinization)란 뭔가 복잡한 작용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도 쌀의 호화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쌀을 물에 담가서 전기밥솥의 온도가 올라가면 딱딱한 쌀이 부드러워지면서 점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현상이 호화입니다. 실제로 풀이 귀한 시절에는 이런 점성을 가진 쌀밥을 풀 대신 종이 등을 붙이는 데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걸 밥풀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은 밀가루를 중심으로 호화현상을 알아보고 이런 호화현상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과자인 슈크림을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맛있게 완성된 슈크림 - 출처 : 픽사베이

 

 

밀가루 속 전분과 호화현상 

전분은 요리에서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슈퍼마켓에서 전분가루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원래 전분은 식물에서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식물은 자신의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서 전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분은 단독으로 있지 않고 함께 모여있는 입자 형태로 존재하는데 식물마다 입자의 모양과 크기가 다 다릅니다. 밀가루의 경우는 크기가 다양해 조금 큰 입자도 있고 작은 입자도 있다고 합니다. 감자의 전분입자는 다른 식물의 전분입자에 비하면 매우 큽니다. 전분은 일반적으로 물에 녹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분가루를 물에 담그면 용해되지 않고 밑으로 하얗게 침전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분이 담겨있는  물에 열을 가하면 성질이 확 변합니다. 이른바 호화작용이라고 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밀가루 전분은 2가지 종류의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입니다. 호화는 이 중에서 아밀로펙틴에 의해서 주도됩니다. 호화는 물과 열에 의한 아밀로펙틴의 구조변화로 일어납니다. 아무런 환경변화가 없을 때 아밀로펙틴의 구조는 서로 촘촘하게 붙어있는 나뭇가지 모양입니다. 마치 부채가 접혀서 부챗살이 서로 바짝 붙어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다가 물과 열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가해지면 이 구조가 변화합니다. 접혀있던 부채가 넓게 펴지듯 서로 붙어있던 나뭇가지가 옆으로 벌어지면서 넓게 펼쳐집니다. 이렇게 아밀로펙틴의 구조가 펼쳐지면서 전분은 크기가 커집니다. 그와 함께 전분에 점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밀가루를 호화시키면 반죽의 부피가 커지면서 점성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호화를 이용한 슈크림의 껍질 제조

호화현상을 이용해 식품을 만드는 예는 베이킹 분야뿐만 아니라 요리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쌀밥도 한 가지 예입니다. 그 외에도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의 전분을 쓴 여러 가지 요리 레시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타피오카로 만든 전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전분도 요리에도 쓸 수 있지만  베이킹에서 슈크림의 겉면을 만들 때 호화현상을 이용해 제조합니다. 슈크림 이외에도 에클레어와 같은 슈 반죽을 기본으로 하는 종류는 모두 껍질 부분을 만들 때 공통적으로 밀가루 전분의 호화를 거칩니다. 그럼 대략적으로 슈크림의 겉면 제조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 달걀, 버터, 물, 소금 등이 필요합니다. 먼저 냄비에 버터, 물, 소금을 넣고 불 위에서 끓입니다. 이때 버터는 잘게 썰어서 넣어야 잘 녹습니다. 버터가 모두 녹고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밀가루를 넣습니다. 이때부터 밀가루 전분의 호화가 일어납니다. 밀가루를 넣고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잘 섞어주다가 덩어리가 되면 냄비를 다시 불에 올립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호화를 시켜줄 차례입니다. 반죽 덩어리를 잘게 풀어 주면서 얼마간 가열을 합니다. 호화의 조건인 물과 함께 열을 가해주는 겁니다. 아밀로펙틴의 구조는 보통 온도가 60도 전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호화가 일어나면 슈반죽은 팽창하고 점도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의외로 가열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반죽온도가 80도 정도까지 되면 불에서 내려서 재빨리 식혀야 합니다. 호화를 시켜주었다면 이제 나머지 작업을 해서 마무리 짓습니다. 먼저 달걀을 넣어주는데 분량을 3번으로 나눠 조금씩 넣습니다. 이 단계에서 달걀의 농도도 슈크림의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하면서 작업합니다. 달걀이 잘 섞였다면 짤주머니로 슈크림 모양으로 동그랗게 짜냅니다. 그리고 분무기로 반죽 위에 물을 뿌려 줍니다. 물을 뿌리는 이유는 오븐 속에서 반죽이 급격히 익는 걸 방지하고 열을 천천히 받으면서 서서히 그리고 크게 부풀어 오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으로 180~190도로 30분 정도 구워내면 슈크림의 겉면이 완성됩니다.       

 

슈크림 껍질 만들 때 주의사항

슈크림의 겉면을 만들 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전 과정을 걸쳐서 집중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포인트들을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물에 버터를 넣고 끓일 때입니다. 이때는 버터가 완전히 물에 녹아야 하고 팔팔 거품이 일 때까지 끓여야 합니다. 버터 속의 유지는 다음 단계에서 첨가할 밀가루의 글루텐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버터가 다 녹지 못하고 고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밀가루의 글루텐이 형성되어서 슈크림 특유의 얇고 바삭한 식감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역시 전분의 호화입니다. 수분을 머금은 밀가루를 불에 올리고 호화시킬 때 온도와 가열시간 조절입니다. 이때 밀가루 전분의 호화가 지나쳐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됩니다. 호화가 부족하면 반죽이 덜 부풀어 오르고 점성이 떨어져서 슈크림의 결과물도 높이가 낮게 됩니다. 반면 호화가 지나치면 반죽이 분리가 되고 맙니다. 반죽온도가 80도 정도가 되고 반죽에서 탁탁하는 작은 소리가 날 때까지 호화를 시켜줍니다. 가열시간으로 보면 반죽양에 따라 짧을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는데 짧으면 30초, 길어도 1분을 넘지 않습니다. 세 번째 포인트는 호화된 밀가루에 달걀을 넣는 단계의 되기 조절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달걀을 한 번에 넣으면 절대 안 됩니다. 달걀을 3번 정도 나눠서 넣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달걀을 넣을 때는 특히 소량씩 달걀을 넣으면서 되기 정도를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달걀을 다 섞고 나면 주걱으로 반죽을 들어 올려서 적절한 되기를 가늠합니다. 가장 좋은 되기는 주걱에서 반죽이 걸쭉하게 떨어지고 나서 주걱에 얼마간의 반죽이 매달려 있는 정도입니다. 만약에 떨어지지 않고 반죽이 주걱에 붙어 있으면 이는 아직 달걀을 덜 넣은 상태로 조금씩 더 넣어주면서 되기를 맞춰 주면 됩니다. 반대로 반죽이 주르륵 밑으로 물처럼 흐르면 달걀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반죽이 질어진 상태입니다. 이처럼 반죽이 질게 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달걀을 적게 넣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되기 조절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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