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Pudding)은 차갑게 즐기는 디저트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먹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푸딩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제각각 매력이 있는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푸딩이라고 부르는 종류는 커스터드푸딩을 말합니다. 커스터드푸딩은 커스터드 크림, 즉 크렘 파티시에르를 베이스로 만듭니다. 커스터드푸딩 이외에도 달걀을 넣지 않고 우유나 생크림으로만 만드는 푸딩도 있고 바바루아와 같이 크렘 앙글레즈로 만드는 종류도 있습니다. 오늘은 푸딩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젤라틴에 대해서 우선 알아보고 크렘 앙글레즈 그리고 크렘 앙글레즈와 젤라틴으로 간단하게 푸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젤라틴의 개념과 응고제로서 굳는 원리
제과제빵을 할 때 우리는 밀가루 속 단백질이나 달걀의 기포성을 이용해 빵이나 과자의 뼈대를 형성시킵니다. 그러나 무스나 바바루아 같이 차갑게 해서 먹는 디저트는 고온의 오븐 속에서 일어나는 재료의 열응고성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디저트가 형체를 지탱할 수 있는 뼈대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젤라틴과 같은 여러 응고제입니다. 응고제에는 젤라틴 이외에도 한천, 펙틴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젤라틴입니다. 젤라틴은 콜라겐이라 부르는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듭니다. 콜라겐은 주로 동물의 피부나 뼈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사람의 피부에도 전체 단백질의 70%나 되는 콜라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젤라틴의 원료로서는 돼지 껍질을 주로 사용합니다. 젤라틴은 아주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의 상태에서 젤라틴 분자들은 단단한 쇠사슬이 길쭉하게 늘어진 것처럼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물을 흡수하고 열을 가하면 그 쇠사슬이 끊어집니다. 끊어진 젤라틴 분자 쇠사슬은 이리저리 물속을 떠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 열을 낮추면서 냉각을 하면 젤라틴 분자들은 다시 쇠사슬 구조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번엔 길게 늘어선 구조가 아니라 서로 그물망을 치듯 끌어당기게 되어 그 사이에 액체를 감싸고 있는 구조가 됩니다. 이러한 젤라틴의 성질을 겔화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젤라틴 굳히기는 이러한 젤라틴의 겔화를 이용해서 수분이 많이 함유된 재료들의 뼈대를 잡아주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바바루아, 푸딩, 무스 등을 만들 때 젤라틴을 고온상태의 물이나 우유 같은 재료에 녹인 다음에 식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서히 식어가는 동안 겔화가 일어나며 젤라틴은 재료의 수분들을 자신의 그물눈 안에 가두어 버리는 것입니다.
크렘 앙글레즈
크렘 앙글레즈는 프랑스어로 영국의 크림란 뜻입니다. 영국과 어떤 관련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크렘 앙글레즈는 바바루아의 기본 크림이 됩니다. 크렘 앙글레즈의 재료는 우유, 달걀 그리고 설탕입니다. 사실 크렘 앙글레즈는 일명 커스터드 크림이라고 불리는 크렘 파티시에르와 굉장히 헷갈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두 크림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심지어 같은 크림을 왜 두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두 가지 크림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두 크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밀가루 같은 가루 재료가 들어가는지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지입니다. 들어가는 쪽이 크렘 파티시에르이고 여기서 살펴볼 크렘 앙글레즈에는 가류 재료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크렘 앙글레즈는 밀가루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달걀이 열에 의해서 응고하는 성질로만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커스터드 크림과는 식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과에서 이 두 가지 크림은 모두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크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렘 앙글레즈의 제조공정을 간단히 보면 우선 볼에 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섞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냄비에는 우유와 약간의 설탕을 넣은 뒤 살짝 데워 줍니다. 우유에 바닐라빈을 넣으면 더 풍미가 살아납니다. 그런 다음에 데운 우유를 노른자가 있는 볼에 넣고 섞은 뒤 다시 원래의 냄비로 담습니다. 그리고 주걱으로 냄비 바닥을 구석구석 긁어 주면서 약불로 천천히 끓입니다. 여기서가 중요한데 과연 언제까지 끓이고 멈출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82~83도 정도가 될 때까지 크림을 가열시켜 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온도계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너무 높은 온도가 돼서 달걀이 덩어리 지거나 혹은 너무 온도가 낮아서 크림에 수분이 많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적절한 농도를 찾는 것은 얼마간 경험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고무주걱에 묻은 크림을 쓱 문질렀을 때 자국이 생길 정도를 농도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젤라틴과 크렘 앙글레즈로 푸딩 만들기
크렘 앙글레즈를 만들었다면 이를 이용해 푸딩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커스터드푸딩과는 달리 크렘 앙글레즈로 만드는 푸딩은 가루류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식감이 더 부드럽습니다. 얼핏 보면 크렘 앙글레즈로 만드는 푸딩은 프랑스 디저트인 바바루아와 거의 비슷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크렘 앙글레즈가 완성되었으면 재빨리 불에서 내려 얼음물 위에서 크림을 식혀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푸딩이라는 차갑게 먹는 디저트를 만들 것이기에 당연히 뼈대를 생성시켜 줄 젤라틴을 넣어야 합니다. 크렘 앙글레즈를 완전히 식혀 버리면 젤라틴을 넣고 제대로 녹일 수가 없습니다. 크림을 약간만 식히도록 합니다. 참고로 젤라틴의 종류는 판젤라틴, 가루젤라틴 등 모양별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판젤라틴이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 판젤라틴은 미리 전처리를 해놓아야 합니다. 전처리 하는 방법은 먼저 판젤라틴을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 불립니다. 그런 뒤에 물기를 먹어 말랑말랑해진 판젤라틴을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다시 푸딩 만들기로 돌아가서 전처리한 젤라틴을 열기가 얼마간 있는 크렘 앙글레즈에 넣고 녹입니다. 젤라틴이 크림 속에서 완전히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열을 내려 줍니다. 젤라틴의 성질은 온도가 내려가야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젤라틴을 넣은 크렘 앙글레즈를 주걱으로 저으면서 온도를 꾸준히 내려 줍니다. 얼음물을 볼밑에 받치고 작업하면 더 효율적입니다. 크림이 다 식었다면 볼에 생크림 혹은 우유를 넣고 섞어주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푸딩은 유리컵이나 단단한 용기 등에 담아서 냉장고에서 굳힌 뒤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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