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생산되고 먹는 곡물입니다. 이 세 나라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3국은 나란히 팥을 식용하기도 하지만 팥과 관련된 문화로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서양의 나라들은 팥을 그다지 생산하지 않고 또한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곡물로서의 팥과 팥과 관련된 동북아시아의 문화 그리고 이런 팥으로 만드는 단팥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팥
곡물로서의 팥은 동북아시아권의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팥을 음식으로서 먹기 시작한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팥은 쌀처럼 매일 먹는 주식은 아니지만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팥으로 만든 요리도 꽤 많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에도 팥이 들어간 제품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팥이 들어간 붕어빵같은 길거리 음식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팥을 넣어 만드는 단팥빵은 크림빵과 함께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빵입니다. 이처럼 활용도가 넓은 팥은 원래 쌍떡잎식물 콩과의 식물입니다. 그래서 작으면서도 딱딱한 생김새가 콩과 비슷합니다. 팥은 색깔이 연한 붉은빛이 감돌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적두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붉은 콩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팥을 홍두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작은 콩, 즉 소두(아즈끼)라고 표기합니다. 팥이 붉은빛을 띠는 이유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토시아닌은 꼭 붉은색 색소만 있는 것은 아니고 푸른색 혹은 보라색 등도 있다고 합니다. 팥 이외에도 라즈베리,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 과일이나 가지 같은 채소에도 안토시아닌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팥과 비슷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쉽게 이해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라는 것을 제거하는 항산화제로서 작용을 합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를 손상시켜 각종 병을 일으킵니다. 팥은 그런 활성산소를 억제하기에 결과적으로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 외에도 팥 속의 사포닌 등도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팥과 관련된 동북아시아 음식문화
팥은 동북아시아에서 음식문화로서 영향력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이라는 걸 먹는데 그 안에 팥이 들어갑니다. 오곡밥은 다섯 가지의 곡물로 이루어진 밥입니다. 즉 쌀, 조, 수수, 콩, 팥 등으로 만듭니다. 참고로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일인 설날 이후로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며 날짜로는 음력 1월 15일입니다. 이 날에는 오곡밥 이외에 부럼이라고 하는 각종 견과류도 같이 먹습니다. 중국에서는 정월대보름에 탕위안이라는 찹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떡이나 팥죽을 먹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는 음력과 관련해서 24절기가 있습니다. 24절기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 등을 생각해서 옛사람들이 1년을 총 24개의 중요한 기점 혹은 날짜를 정한 것입니다. 24절기의 맨 마지막날로서 동짓날이 있습니다. 동지라는 절기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서 우리나라는 이날에 팥죽을 먹습니다. 팥죽은 물에다 팥을 넣고 오래 끓여서 만든 음식입니다. 팥은 동북아시아에서 악귀를 쫓는 상징으로서 사용되었습니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의미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동지는 1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날이기 때문에 귀신이 나올 수 있는 음기가 가장 세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붉은색의 팥죽을 먹으면서 잡귀를 쫓는다는 의미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이들 세 나라는 팥과 관련된 음식과 관습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단팥빵의 탄생 그리고 제조법
단팥빵은 어느 빵집을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빵입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배가 고플 때 사서 먹기에 딱 좋은 빵이기도 합니다. 단팥빵은 팥이 들어있는 빵입니다. 팥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 빵은 서양에서 나온 빵이 아닙니다. 아마도 빵의 유래가 동북아시아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데 정답입니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나온 빵입니다. 일본에서는 단팥빵을 앙빵이라고 부릅니다. 단팥빵은 19세기말에 키무라 야스베에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제빵 전문가는 아니었는데 서양에서 온 빵들이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맞는 빵을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단팥빵이었습니다. 그에 의해서 팥에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만든 팥소를 빵 가운데에 넣고 가운데를 배꼽 모양으로 쏙 들어가게 만든 빵이 탄생한 겁니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나온 빵이지만 비슷하게 팥을 즐기고 팥의 문화를 가진 한국에도 금방 퍼졌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한국과 일본에서의 단팥빵 인기는 여전합니다. 단팥빵을 만드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재료는 밀가루, 물, 이스트, 설탕 등 빵의 기본재료에 버터, 달걀과 같은 과자빵의 재료가 더해집니다. 여기에 핵심 재료인 팥앙금이 들어갑니다. 만드는 순서는 버터와 팥앙금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믹싱을 하고 클린업 단계에서 유지를 넣습니다. 다만, 단팥빵은 비상스트레이트법이라는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믹싱시간을 좀 더 길게 해서 반죽시간을 늘립니다. 1차 발효, 분할, 둥글리기와 중간발효, 성형, 2차 발효 그리고 굽기까지 일반 과자빵의 작업과 똑같습니다. 성형을 할 때 팥앙금을 넣는데 여기서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빵 반죽 하나의 무게가 40g 정도이고 팥앙금은 30g 정도로 해서 비율을 맞춰 줍니다. 반죽을 동그랗게 손바닥 위에서 펼친 다음 팥앙금을 반죽 위에 놓습니다. 그다음에는 마치 만두를 빚듯이 능숙하게 밀가루 반죽으로 팥앙금 전체를 감싸 안으면서 윗면까지 덮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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